스타가 브랜드를 직접 만든다는 것 — 저스틴비버의 스타일 밀착형 브랜드 SKYLRK
저스틴 비버가 입던 옷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셀럽이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음악가는 옷을 만들고, 배우는 뷰티 브랜드를 시작한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스타에게 브랜드는 자연스러운 사업 확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SKYLRK를 접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스틴 비버가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품을 조금씩 보고,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입어온 옷을 다시 떠올려보니
SKYLRK는 일반적인 셀러브리티 브랜드와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가 먼저 만들어지고 비버가 광고 모델이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저스틴 비버가 오랫동안 입어온 방식이 먼저 있었고, 이후 그 스타일에 SKYLRK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저스틴 비버가 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SKYLRK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최근의 비버보다 오히려 2016년과 2017년 무렵 봤던 그의 일상 영상이었다.
무대 위의 팝스타라기보다 이동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었다.
그런데 당시 영상을 보면서 그의 일상만큼이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옷이었다.
허리 아래로 느슨하게 내려 입은 새깅 팬츠, 몸보다 훨씬 크게 떨어지는 티셔츠, 커다란 후디와 스웨트, 힘을 빼고 겹쳐 입는 스트리트웨어 스타일.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 비버였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단순히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준 옷을 입는 스타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옷에 한창 관심이 많은 10대와 20대들이 그렇듯,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보고, 바지의 위치를 바꾸고, 티셔츠 크기를 달리하고, 신발을 바꾸면서 자신에게 가장 편한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세계적인 팝스타였지만, 옷을 대하는 모습만큼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봤던 **‘옷 좋아하는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관심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실루엣과 브랜드는 변했지만, 몸에 딱 맞는 옷보다 여유 있는 옷을 좋아하고, 팬츠를 낮게 입고, 커다란 상의와 신발로 비율을 만드는 방식은 최근의 저스틴 비버에게도 계속 발견된다.
그래서 지금의 SKYLRK가 그다지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Drew House 다음에 등장한 SKYLRK
물론 저스틴 비버에게 패션 브랜드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 스타일리스트였던 라이언 굿과 함께 Drew House를 공동 설립했다.
스마일 로고와 여유 있는 스웨트웨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했던 브랜드다.
하지만 이후 비버는 Drew House와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자신의 다음 프로젝트로 SKYLRK를 준비했다.
SKYLRK의 흔적이 외부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2023년 말부터였다.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공식적인 설명조차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에 비버는 이미 밑창에 SKYLRK가 새겨진 스니커즈와 슬라이드 등을 신고 다녔다. 이후 샘플과 목업, 디자인 과정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GQ에 따르면 비버는 2023년부터 정식 출시 전 SKYLRK 제품을 일상에서 직접 ‘테스트’하듯 착용해왔다.
2025년 7월 10일, SKYLRK의 첫 번째 컬렉션이 마침내 공개됐다.
후디와 스웨트팬츠, 탱크톱, 비니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부터 몰딩 형태의 슬라이드와 뮬, 둥글게 부풀린 듯한 선글라스까지 제품군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이 브랜드에서 비버는 단순한 공동 창업자나 홍보 모델이 아니라 강한 크리에이티브 컨트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에서 Drew House와 SKYLRK의 차이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Drew House가 강한 캐릭터와 로고를 중심으로 성장한 스트리트웨어였다면, SKYLRK에서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런 질문이 느껴진다.
요즘 저스틴 비버는 무엇을 입고 싶은가.
비버의 옷장에서 그대로 나온 듯한 브랜드
최근 몇 년 동안 비버가 입어온 모습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반복된다.
몸보다 크게 떨어지는 상의.
바닥에 닿을 듯 길게 내려오는 팬츠.
비니와 선글라스.
형태가 크게 강조된 신발.
그리고 무엇보다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
SKYLRK의 제품 역시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커다란 스웨트와 후디, 볼륨감 있는 팬츠, 둥근 선글라스, 몰딩으로 만들어진 슬라이드와 풋웨어까지.
색은 또 꽤 적극적이다.
스카이 블루, 핑크, 그린처럼 선명한 색을 사용하는데, 이런 컬러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비버가 자신의 스타일링에서 보여준 방식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SKYLRK를 보고 있으면 패션 브랜드가 스타에게 옷을 입혀놓은 것보다,
스타의 옷장을 열어 제품 카테고리별로 다시 정리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래서 SKYLRK를 일종의 **‘스타일 밀착형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혹은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생활밀착형 셀럽 브랜드’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무대 위의 저스틴 비버를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대 밖에서 실제로 그가 입고 사용하는 취향을 하나씩 제품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SKYLRK의 가장 강력한 룩북은 저스틴 비버다
이 방식에는 상당히 큰 장점이 있다.
보통 새로운 브랜드는 먼저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고, 모델을 캐스팅하고, 룩북을 통해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는 이런 스타일입니다’라고 설명한다.
SKYLRK는 순서가 조금 달랐다.
비버가 먼저 입었다.
2023년부터 정식 출시 전까지 그는 수많은 SKYLRK 샘플을 자신의 일상 착장에 섞어 입었다. 헤일리 비버 역시 제품을 착용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브랜드를 처음 접했을 때조차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보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이미 파파라치 사진과 SNS를 통해 수없이 보았던 **‘저스틴 비버가 입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비버 본인이 SKYLRK의 가장 좋은 룩북이고 동시에 캠페인이었다.
광고 촬영에서는 누구나 특정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반복해서 같은 실루엣을 입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그 반복은 결국 하나의 취향이 된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것을 알아본다.
SKYLRK는 브랜드를 판매하기 전에 먼저 비버의 스타일에 익숙해지게 만든 브랜드에 가깝다.
패션 브랜드에서 생활의 브랜드로
SKYLRK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다루는 영역은 점점 옷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
풋웨어와 선글라스를 넘어 오디오 제품을 선보였고, 팝업 공간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기보다 음악을 듣고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SKYLRK가 지향하는 모습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옷을 파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스틴 비버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듣고, 어떤 물건을 사용하고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지까지 하나의 브랜드 안으로 가져오는 것.
결국 패션 브랜드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까운 방향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비버라는 인물과 상당히 잘 맞는다.
그에게 음악과 패션은 오랫동안 분리된 취미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첼라에서 확인된 힘
물론 스타의 취향만으로 브랜드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람들이 실제로 제품을 사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2026년 코첼라는 SKYLRK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Vogue Business에 따르면 SKYLRK는 2026년 코첼라 두 주 동안 현장과 온라인 판매를 합쳐 약 1,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첫 주말에만 504만 달러를 판매했고, 두 번째 주말에는 약 1,000만 달러가 추가됐다. 기존 코첼라 머천다이즈 기록으로 알려진 170만 달러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물론 이 숫자에는 저스틴 비버라는 슈퍼스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SKYLRK라는 브랜드의 구조가 더 흥미롭다.
비버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비버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SKYLRK 제품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겹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6년 10월, 서울
그 흐름은 결국 서울까지 이어졌다.
SKYLRK는 2025년 12월 도쿄에서 첫 오프라인 팝업을 진행한 뒤 2026년 4월 코첼라, 7월 뉴욕을 거쳤고, 같은 해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성수에서 한국 첫 팝업 인스톨레이션을 열었다.
서울에서는 의류와 풋웨어, 아이웨어뿐 아니라 SKYLRK AUDIO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뉴욕에서 먼저 공개했던 DOMO 스피커가 한정 판매됐고,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어패럴도 준비됐다.
여기에 탁구 브랜드 STIGA와 함께 만든 탁구대와 장비까지 등장했다.
후디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오디오와 스포츠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팝업 기간에는 비버와 헤일리 역시 실제로 서울을 방문했다. 팝업 이후 비버는 SKYLRK의 박시한 크루넥과 후디, 데님, 비니를 섞어 입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브랜드를 자신의 방식대로 착용했다.
어쩌면 이것이 SKYLRK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서울까지 와서도 브랜드의 가장 좋은 룩북은 여전히 저스틴 비버였다.
사람들은 SKYLRK를 사는 걸까, 비버의 취향을 사는 걸까
셀럽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사람들이 제품이 좋아서 사는 것일까.
아니면 스타가 좋아서 사는 것일까.
SKYLRK에서도 둘을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다만 SKYLRK에서는 그 둘 사이의 경계가 상당히 얇다.
저스틴 비버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오랫동안 입어온 방식이 있고,
그 스타일에서 제품이 나오고,
제품이 다시 비버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브랜드와 사람 사이에 존재하던 거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히 SKYLRK라는 로고가 찍힌 후디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저스틴 비버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부를 구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타가 브랜드를 직접 만든다는 것
나는 여전히 2016년과 2017년 무렵 봤던 비버의 모습을 기억한다.
새깅한 바지에 커다란 티셔츠와 후디를 입고 돌아다니던 스무 살 남짓의 팝스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수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옷을 대하는 모습만큼은 새로 산 옷을 입어보고 핏을 바꿔보는 평범한 옷 좋아하는 젊은 사람처럼 보였다.
약 10년이 지나 그 취향에는 SKYLRK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브랜드가 몇 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열기를 유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스타의 영향력과 브랜드 자체의 힘을 언제까지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SKYLRK를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스타가 자신의 이름을 빌려준 브랜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입어온 방식이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을 우리가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KYLRK는 저스틴 비버의 새로운 사업이라기보다,
지금까지 그가 입어온 옷과 물건, 음악과 생활 방식에 하나의 이름을 붙이는 작업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비버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오랫동안 좋아해온 방식에,
이제야 SKYLRK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