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연말에 다시 시드니를 가는 이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반복과 속도의 도시를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언제나 빠르다.
퇴근길 빌딩 숲의 불빛은 쉼 없이 흐르고, 스마트폰 알림은 끊이지 않으며,
할 일 목록은 아무리 지워도 다시 채워진다.
그리고 밤 낮의 경계가 허물어진 바쁘게 살아 숨쉬는 도시이다.
모든 것이 순환하듯 반복되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지만,
이상하게도 ‘감정’은 늘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번 연말, 나는 익숙한 리듬을 깨고 새로운 리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택했다.
얼어붙은 겨울이 아닌 뜨거운 여름으로, 북반구가 아닌 남반구로.
‘한 해의 끝을 정리하는 연말’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연말’을 만나기 위해
나는 호주, 특히 시드니로 향할 예정이다.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만드는 감정의 온도
시드니의 12월은 햇살로 가득하다. 서울의 칼바람 대신 따뜻한 바람이 불고, 거리엔 두꺼운 외투 대신 반팔 차림의 사람들이 활보한다. 전나무 대신 야자수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대신하고, 캐럴은 겨울의 낭만이 아닌 여름의 활기 속에서 울려 퍼진다.
2024년 12월 29일, 작년 연말에도 나는 시드니로 향했다. 한국의 매서운 추위를 뚫고 11시간 가까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도착한 시드니, 1년만에 재방문한 시드니 였지만, 연말의 여름을 처음 느껴보는 그 감정은 나로써 엄청난 에너지를 받게 해주었다.
올해 초, 2주가 넘는 시간을 지내고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2025년 12월의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호주에서 보내겠노라 다짐을 했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반짝인다.
북반구의 연말이 ‘한 해를 정리하고 회상하는 시간’이라면, 시드니의 연말은 ‘새로운 활기와 희망으로 가득 찬 출발의 시간’이다. 해변 위의 산타, 항구 위를 수놓는 화려한 불꽃, 그리고 햇살 속의 캐럴 — 이 모든 계절의 반전이 내 안의 감정을 완전히 리셋 시킨다.
시드니의 여름 연말, 다섯 가지 장면
빛 — 하버브리지의 밤, 황금빛 항구의 크리스마스
달링 하버(Darling Harbour) 일대의 화려한 조명 쇼와
항구 위를 수놓을 크리스마스 불꽃은 서울의 겨울밤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반짝이는 빛이 아니라, 뜨거운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미소와 함께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빛 속의 빛’.
그 여름의 따스한 빛이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까지 활짝 열어주길 기대한다.
온도 — 따뜻함 속의 시원함
내가 마주할 시드니의 여름은 ‘꿉꿉함’이 아닌 ‘따뜻함 속의 시원함’일 것이다.
에어컨 바람 대신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핫초코 대신 차가운 맥주 한 잔이 갈증을 달래주지 않을까?
두꺼운 털옷 대신 가벼운 린넨 셔츠를 입고 걷는 발걸음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느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모든 긴장이 풀리는 순간을 고대한다.
소리 — 파도와 캐럴이 섞인 거리의 리듬
본다이 비치(Bondi Beach)의 황금빛 모래사장에서는 거리 공연과
크리스마스 캐럴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을 상상한다.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천진난만하게 춤추고,
어른들은 시원한 맥주를 든 채 해변을 거닐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
서울의 바쁘고 획일적인 ‘소음’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는 ‘진정한 삶의 소리’를 그곳에서 듣고 싶다.
여유 — The Rocks 마켓의 오후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인 더 록스(The Rocks) 마켓.
로컬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소품들,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 그리고 손끝에 와닿는 따뜻한 공기.
그곳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 않고 잠시 ‘머물러’ 줄 것만 같다.
무엇인가를 빠르게 소비하기보다는, 천천히 보고 느끼며 ‘경험’을 배우는 장소.
그곳의 여유가 내 안의 조급함을 잠시 잊게 만들 것이다.
새로운 시작 — Sydney New Year’s Eve 불꽃
12월 31일 밤, 시드니 하버브리지 위로 터질 새해맞이 불꽃은 이 도시의 심장박동처럼 규칙적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뜨거울 것이다.
한 해의 끝을 알리는 불꽃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불꽃.
그 찬란한 빛 속에서 나는 묵은 감정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감정의 전환 — 휴식이 가져다줄 리프레시**
서울의 연말이 ‘끝내야 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라면,
내가 마주할 시드니의 연말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햇살 아래서 느긋하게 걷고, 아무 이유 없이 웃으며,
크리스마스에도 모래사장을 밟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상상.
그 단순한 경험들이 도시의 피로와 쌓여있던 감정들을 서서히 덜어내 줄 것이라 믿는다.
“시드니의 여름이 내 안의 겨울을 녹여주길 바란다.”
이 여행은 단순한 육체적 휴식이 아닐 것이다.
익숙한 패턴을 깨는 경험, 무미건조했던 감정의 리듬을 다시 활기차게 바꿀
진정한 리프레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시, 시작하는 연말을 기다리며
서울로 돌아올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조금 달라져 있지 않을까.
‘서울의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주해도, 이번엔 다르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작은 용기를 얻어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드니의 여름은 나에게 계절의 전환을 넘어,
멈춰있던 삶의 속도를 새롭게 조율할 용기를 줄 것이다.
이 여행은 단 한 번의 휴가가 아니라, 새로운 ‘리듬’을 배우러 가는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