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칼국수의 비빔칼국수와 함께 수육, 막걸리, 국물, 기본 반찬이 모두 차려진 전체 상차림. A full table setting at Daeseon Kalguksu, featuring bibim-kalguksu, suyuk, makgeolli, and various side dishes.

비 오는 날, 다이어터가 가장 그리워하는 대전의 기억 (대선칼국수)

가을비가 소환한 어느 봄날의 기

10월의 가을비가 창밖을 적신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파전에 막걸리, 뜨끈한 국물 요리 같은 것들. 하지만 오늘 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조금 의외의 메뉴다. 지난 4월, 역시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혼자 떠난 대전 1박 2일 여행에서 맛보았던 ‘대선칼국수’의 비빔칼국수와 수육이다.

요즘 한창 다이어트 중이라 그럴까. 유난히 그날의 맛과 분위기, 그리고 오랜만에 혼술을 즐기며 느꼈던 자유로운 행복감이 사무치게 그립다.

대전의 ‘대선칼국수’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도시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은 곳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랜 세월만큼이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혼자 찾은 여행객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비 오는 날의 이른 저녁,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비빔칼국수수육(소), 그리고 원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즐기는 완벽한 혼술 상차림.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 두부두루치기 (기본찬) :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인 두부두루치기가 기본으로 조금 나온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부드러운 두부가 어우러져,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기에 최고의 안주가 되어준다. 메인 메뉴를 향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맛이다.
  • 수육 :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육은 잡내 하나 없이 부드럽게 삶아져 나온다. 비계와 살코기의 완벽한 비율. 새우젓을 살짝 올려 한 점 맛보니, 입안에서 고소한 풍미가 가득 퍼진다. 막걸리 한 모금에 수육 한 점, 빗소리를 안주 삼으니 세상의 모든 시름이 잊히는 기분이다.
  • 비빔칼국수 : 대선칼국수의 진짜 주인공, 비빔칼국수가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쫄깃하고 통통한 칼국수 면발 위에 매콤달콤한 양념장과 김 가루, 깨가 듬뿍 올라가 있다. 젓가락으로 비비는 내내 올라오는 고소한 참기름 향이 참을 수 없게 만든다.한입 가득 면을 넣으면, 쫄깃한 식감과 과하게 맵거나 달지 않은, 입에 착 감기는 양념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수육 한 점을 면에 싸서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행복’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기에, 그날의 기억은 더욱 강렬한 행복으로 미화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 오는 날의 운치,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어우러졌던 그날의 대선칼국수는 내 여행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목표 체중에 도달하는 그날, 나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은 아마도 대전행 기차표가 될 것 같다.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비 오는 창밖을 보며 막걸리 한잔에 비빔칼국수와 수육을 즐길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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