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 애틀랜타 유나이티드 홈구장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의 가득 찬 관중석 Full crowd inside Mercedes-Benz Stadium during an Atlanta United MLS match

MLS는 왜 유럽 축구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메이저리그 사커가 ‘축구 리그’가 아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한 이유

미국의 프로축구 리그인 MLS(메이저리그 사커)는 유럽 축구를 기준으로 보면 항상 이질적인 리그처럼 보인다.
승강제가 없고, 샐러리캡이 존재하며, 신생팀이 리그에 참가하자마자 상위권 경쟁을 펼치는 구조는 전통적인 축구 문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MLS는 애초에 유럽 축구를 따라가기 위해 만들어진 리그가 아니다.
MLS는 미국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프로스포츠 산업 모델, 즉 스포츠를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설계된 리그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MLS의 구조는 끝까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MLS는 ‘축구 대회’가 아니라 스포츠 산업으로 설계된 리그다

MLS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이 리그가 단순한 축구 리그가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과 시장 확장을 전제로 한 산업 구조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프로스포츠 리그들은 공통적으로 승강제가 없다. NFL, NBA, MLB, NHL 모두 마찬가지다. 대신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리그 참가 자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관리한다.

MLS 역시 이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강등이라는 리스크가 없는 대신, 리그에 참여한 구단은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전용구장 건설, 지역 브랜드 구축, 팬 경험 개선 같은 장기 투자가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MLS에서 축구팀은 단순한 스포츠 팀이 아니라 도시 단위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가깝다.


싱글 엔티티 구조가 만든 MLS만의 운영 방식

선수 계약의 주체는 구단이 아니라 리그다

MLS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싱글 엔티티(Single Entity) 구조다.
MLS에서는 선수 계약의 주체가 개별 구단이 아니라 리그 본체다.
유럽처럼 구단이 선수를 직접 소유하고 이적료를 주고받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구조 덕분에 MLS는 리그 차원에서 선수 이동과 연봉 체계를 통제할 수 있다.
트레이드, 확장 드래프트, 웨이버 시스템 같은 미국식 선수 이동 방식이 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샐러리캡이 만들어내는 전력 평준화

MLS는 모든 팀에 동일한 샐러리캡을 적용한다.
이 제도는 특정 구단이 자본력으로 리그를 독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그 결과 MLS에서는 전년도 우승팀이 다음 시즌 중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유럽 축구 기준으로 보면 비효율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스포츠 문화에서는 오히려 리그 전체의 흥행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MLS는 한 팀의 장기 독주보다 매 시즌 새로운 이야기와 경쟁 구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지정선수 제도와 스타 마케팅의 역할

샐러리캡 속에서도 스타를 허용하는 이유

MLS는 샐러리캡이라는 강력한 제한을 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정선수(DP, Designated Player) 제도를 운영한다. 팀당 최대 3명까지는 샐러리캡 외 계약이 가능하며, 이 제도를 통해 MLS는 데이비드 베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리오넬 메시 같은 글로벌 스타를 영입해왔다.

중요한 점은 이 스타 영입의 목적이 단순한 경기력 강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MLS에서 스타 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리그의 인지도를 높이고, 미디어 노출을 확대하며,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는 콘텐츠 자산에 가깝다.


신생팀이 강한 이유, 확장 드래프트 시스템

MLS에서는 신생팀이 리그에 참가할 때 확장 드래프트를 통해 기존 팀의 보호되지 않은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다. 이 제도 덕분에 신생팀은 MLS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즉시 확보할 수 있고, 첫 시즌부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 LAFC, 샬럿 FC, 그리고 최근의 샌디에이고 FC까지, MLS의 신생팀들은 리그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리그가 새로운 팀이 곧바로 콘텐츠가 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한 구조다.

신생팀의 성공은 곧 새로운 도시, 새로운 팬층, 새로운 스토리의 탄생을 의미한다.
MLS는 이를 통해 리그 전체의 콘텐츠 볼륨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MLS의 홈경기는 ‘경기’가 아니라 ‘경험’이다

경기장은 도시형 문화 콘텐츠 공간

MLS의 홈경기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다. 경기 전후로 열리는 팬 페스티벌, 지역 브랜드와의 협업, 음악 공연, 가족 단위 관람 환경은 MLS가 지향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유럽의 울트라 중심 응원 문화와는 다른 접근이다. MLS는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MLS는 스포츠 팬뿐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포용하는 리그로 성장할 수 있었다.


MLS와 USL의 공존 구조

MLS 아래에는 USL Championship, USL League One 같은 리그들이 존재하지만, 유럽식 승강제 관계는 아니다. 이 리그들은 MLS와 별개의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며, 각자의 지역성과 시장 규모에 맞는 축구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국 축구 구조에서 중요한 점은 “하위 리그에서 올라와야 성공한다”는 개념보다, 각 리그가 각자의 시장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이다. 이는 투자 안정성과 시장 분리를 중시하는 미국식 스포츠 문화의 특징이다.


MLS의 장점과 한계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MLS는 투자 안정성, 전력 균형, 신생팀 진입 용이성, 스타 마케팅이라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승강제 부재로 인한 긴장감 부족, 국제 대회 경쟁력의 기복이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장점과 한계는 모두 MLS가 선택한 철학의 결과다. MLS는 축구의 순수 경쟁보다는 리그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적 가치를 우선시했다.


결론: MLS는 실패한 리그가 아니라 ‘목적에 충실한 리그’다

MLS는 유럽 축구의 대체재가 아니다.
MLS는 처음부터 유럽과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맞는 성공 기준을 설정했다. 승강제 대신 투자 안정성을, 자본 경쟁 대신 전력 균형을, 축구 순혈성 대신 엔터테인먼트 가치를 선택한 리그다.

이 관점에서 보면 MLS는 부족한 리그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진화한 축구 리그다.
MLS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럽 축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MLS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계된 리그인지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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