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곳에서 맛보는 진짜 탕수육, 남양주 ‘광릉 하림각’ 방문 후기
오후 5시, 약속된 활기가 시작되는 곳
오후 5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을 칼같이 맞춰본 적이 있는가? 마치 공연의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관객처럼,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빈자리를 채우는 식당. 그런 곳이야말로 동네 사람들이 온몸으로 증명하는 ‘진짜 맛집’의 증거다. 남양주 광릉에 위치한 **’하림각’**이 바로 그런 곳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중국집. 하지만 이곳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광릉내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터줏대감이다. 오늘은 군 생활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찾았던, 나의 오랜 추억이 담긴 이곳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세월의 흔적이 멋이 되는 공간
하림각의 내부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붉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익숙한 인테리어,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들은 ‘맛’이라는 본질에만 집중하겠다는 뚝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요즘의 세련된 중식당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이곳의 첫 번째 매력이다.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탕수육 하나, 짜장 둘이요!”를 외치는 단골들의 목소리가 공간을 기분 좋게 채운다.
메뉴는 단출하다. 짜장, 짬뽕, 탕수육, 군만두 등 우리가 ‘중국집’ 하면 떠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선택과 집중. 맛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메뉴 구성이다.
메인 요리를 위한 완벽한 서곡, 군만두
이곳의 숨겨진 규칙 같은 것이 있다면, 바로 ‘군만두로 시작하는 것’이다. 주문과 동시에 주방에서 “탁, 탁, 치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튀겨지는 군만두는 이곳에서의 식사를 기대하게 만드는 완벽한 애피타이저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기름에 절여진 냉동 만두와는 차원이 다르다. 얇고 바삭한 만두피 안에는 돼지고기와 부추, 당면으로 채워진 담백한 소가 들어있다. 과하지 않은 육즙과 채소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자, 이제 메인 요리를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
하림각의 존재 이유: 추억을 소환하는 ‘옛날 탕수육’
드디어 하림각의 시그니처 메뉴, 탕수육이 등장했다. 요즘 유행하는 찹쌀 탕수육의 쫀득함이 아닌, 어릴 적 동네 중국집에서 맛보았던 정통 ‘옛날 스타일’ 탕수육이다. 소스는 부어져 나온다. ‘부먹’이냐 ‘찍먹’이냐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소스에 대한 주방장의 절대적인 자신감이 느껴지는 방식이다.
소스는 투명한 주황빛을 띤다. 케첩의 새콤함과 설탕, 식초의 달콤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바로 그 맛. 튀김 옷은 소스를 흠뻑 머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점까지 바삭함을 잃지 않는다. 튀김 안의 돼지고기는 두툼하면서도 부드럽다.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소스와 바삭한 튀김, 그리고 고소한 고기의 맛이 차례로 느껴지며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래, 이 맛이었지.” 아버지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단순히 맛있는 탕수육이 아니다.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우리 기억 속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맛을 소환하는 ‘추억의 버튼’과도 같다.
묵직하고 진한 국물의 위로, 짬뽕
탕수육의 새콤달콤함을 즐겼다면, 이제는 묵직한 짬뽕 국물로 속을 달랠 차례다. 하림각의 짬뽕은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과 각종 채소를 아낌없이 넣고 끓여내 국물이 아주 진하고 시원하다.
인위적인 캡사이신의 매운맛이 아닌, 고춧가루와 재료 본연의 맛으로 우려낸 얼큰함이 일품이다. 탱글탱글한 면발을 한 젓가락 후루룩 넘기고, 진한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탕수육의 기름진 맛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아버지와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그릇을 비워냈다.
결론: 변치 않는 맛이 주는 위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하림각의 간판은 여전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화려한 미식의 경험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수십 년간 변치 않는 맛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식당의 존재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광릉 하림각은 단순히 ‘남양주 탕수육 맛집’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곳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나의 군 생활을,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청춘을 함께한, 동네의 작은 역사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변치 않는 것이 그립다면, 진짜 ‘옛날 탕수육’이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아보길 바란다. 아마 당신의 추억 속 한 페이지를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