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아디다스만 알던 내가 데카트론에 눈을 뜬 이유

나이키, 아디다스만 알던 내가 데카트론에 눈을 뜬 이유

나에게 ‘스포츠’는 곧 ‘나이키’와 ‘아디다스’였다. 어린 시절, 마이클 조던의 에어 조던을 보며 가슴 설렜고, 축구 선수의 삼선 유니폼을 동경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언제나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이었다. 엄청난 고가의 제품을 고집하진 않았지만, ‘운동 장비는 이 두 브랜드 중 하나면 충분하다’는 믿음은 마치 불문율과도 같았다. 그런 나에게 ‘데카트론’이라는 브랜드의 등장은, 30년 가까이 굳건했던 나의 신념을 유쾌하게 흔들어 놓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90년대, 슬램덩크와 유럽축구를 보며 꿈을 키우던 소년에게 나이키의 ‘스우시’와 아디다스의 ‘삼선’은 단순한 로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망이자, 꿈의 아이콘이었다. 부모님을 졸라 겨우 얻은 나이키 운동화를 아껴 신던 기억, 용돈을 모아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산 아디다스 축구화의 감격은 여전히 선명하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 경험은 이어졌다. 신발장을 가득 메운 나이키 스니커즈들과, 헬스장에서 입을 아디다스 기능성 웨어를 자연스럽게 골랐다. ‘메이저 브랜드’가 주는 안정감,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에 대한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함.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나에게 실패할 확률이 없는 ‘안전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사용자’의 관점에서 고민이 시작된 것은 운동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면서부터였다. 매일 같이 입고, 땀 흘리고, 그리고 매일 같이 세탁기에 던져 넣는 운동복. 나이키와 아디다스 제품의 품질은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 입고 막 빨아도 부담 없는,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기능은 충분한, 그런 합리적인 선택지는 없을까?”

나이키 티셔츠 한 장 값으로 상하의 세트를 살 수 있다면? 소모품인 양말이나 간단한 액세서리를 훨씬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면? 나의 스포츠 라이프는 분명 더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것 같았다. 바로 이 고민의 해답을, 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게 되었다.

나의 첫 데카트론 경험은 한국이 아닌 호주 시드니에서였다. 다소 즉흥적인 계기였는데, 여행 중 실내수영장에 갈 계획이 나중에야 생긴 것이다. 당장 수영복과 수경, 수모가 필요했지만, 갑작스러운 계획을 위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의 비싼 제품을 사기에는 망설여졌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데카트론이었다.

솔직히 말해 당시에는 메이저 브랜드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한 가격’,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데카트론 제품들을 선택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사용했던 제품들은 나의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수경은 물이 새지 않았고, 수영복은 제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좋은 스포츠 용품’이 반드시 유명한 로고와 비싼 가격표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의 굳건했던 ‘메이저 브랜드 신봉론’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다. 그들의 혁신과 역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데카트론은 나에게 ‘최고’가 아닌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스포츠를 더 자주, 더 부담 없이,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 이제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데카트론 매장을 직접 방문하여,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충격과 즐거움을 경험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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