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태극 전사들의 이적시장 이모저모(1)
2025년 여름 이적시장의 문이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매년 그랬듯, 수 많은 루머와 예측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으며, 누군가는 익숙한 자리에 남았다. 특히 이번 여름은 유럽 무대를 누비는 한국 선수들에게 있어 각자의 커리어 분기점이 될 만한 중요한 변동이 많았던 시기였다.
단순한 ‘오피셜’의 나열을 넘어, 이번 이적 시장이 한국 축구 팬들에게 남긴 몇 가지 중요한 장면과 그 의미를 ‘아카이브86’의 시선으로 복기해 본다.

손흥민, ‘전설’의 길을 선택하다
이번 여름 가장 뜨거웠던 이름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그의 LAFC 이적은 단순한 이적을 넘어 하나의 ‘사건’이었다. 유럽에서의 도전을 마무리하고 미국 무대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그의 선택에 많은 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이제 승패와 기록을 넘어 ‘행복’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가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 걸려있던 그의 대형 통천이 내려오는 순간, 우리는 한 시대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직감했다. 그리고 미국이란 시장은 축구 그 자체를 넘어 엔터테이먼트적 요소가 강점인 시장이다.
그의 이적은 ‘쇠퇴’가 아닌, ‘축구 선수’ 손흥민이 ‘글로벌 아이콘’ 손흥민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서막이다.

김민재, 뮌헨의 강철 기둥의 숨 고르기
지난 몇 시즌 간, 중국에서 튀르키예로, 그리고 나폴리에서 ‘철기둥’으로 우뚝 서며 세리에 A를 정복했던 김민재. 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놀랄만한 뉴스 였지만, 그 시점 김민재의 활약은 독일 최고의 팀 레이더망에 걸릴만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독일 언론 특유의 흔들기와 부상을 안고도 휴식보다는 경기 출장으로 인한 경기에서의 실수 등이 김민재의 실력과 플레이 스타일이 뮌헨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여름, 독일 국가대표 요나탄 타가 합류하며 언론은 앞다투어 ‘주전 경쟁의 위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그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것을 두고 섣부른 판단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위기’가 아닌, 최상위 클럽이 선수를 관리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읽고 싶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민재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을 안고 뛰었으며, 결국 시즌 막판에는 시즌 아웃이라는 악재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바이에른 뮌헨 같은 클럽은 한 시즌에 50경기가 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분데스리가,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모두를 노리는 팀에게 한 포지션에 여러 명의 월드클래스 선수를 보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요나탄 타의 영입은 김민재를 밀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김민재가 100%의 컨디션이 아닐 때 팀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그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한 가장 현명한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이것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쉼 없이 달려온 기계 같았던 그가, 드디어 적절한 휴식과 로테이션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관리받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 벤치에 앉아있는 김민재가 아닌, 시즌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와 내년 월드컵에서 다시 ‘철기둥’으로 우뚝 설, 더 단단해진 김민재를 기대해야 한다.

이강인, ‘완성된 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묻다
2024-25 시즌, 파리 생제르망(PSG)은 축구계의 가장 큰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에이스 음바페가 없는 PSG는 과연 강한가?’ 그 대답은 ‘그렇다’를 넘어 ‘오히려 더 강해졌다’에 가까웠다.
음바페라는 절대적인 ‘개인’의 시대가 저물자, PSG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 아래 탄탄한 중앙과 쉴새없는 압박을 구사하는 무결점의 ‘팀’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프랑스 국적의 젊은 유망주들이 월드클래스로 성장하며, PSG는 ‘음바페의 팀’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팀’으로 거듭났다. 그 결과가 바로 유럽 챔피언이라는 정점이었다.
하지만 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 속에서, 이강인의 자리는 어디일까? 그의 창의성과 번뜩이는 패스는 분명 팀에 다른 색을 입힐 수 있는 무기지만, 현재 PSG의 기동력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스타일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확고한 주전 라인업 속에서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마요르카 시절의 그를 기억한다. 팀이 이강인이라는 태양 주위를 공전했고, 모든 공격은 그의 왼발 끝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팀의 명확한 ‘축’이었다. 전성기에 접어드는 그에게, 다시 한번 플레이의 중심이 될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물론, 유럽 최고의 팀에서 반 시즌이라도 더 주전 경쟁을 벌이며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는 것도 의미 있는 도전이다. 지난 시즌 말미부터 여러 구단의 관심이 있었다는 뉴스는 결코 루머가 아니었을 것이다. 여름 이적시장의 시계는 이제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연 이적시장 마감을 알리는 속보와 함께 그의 ‘오피셜’ 뉴스가 들려올 것인가, 아니면 파리에서 또 한 번의 힘겨운 도전을 이어갈 것인가. 그의 선택에 많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25 여름 이적시장이 남긴 것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번 시즌 팀을 유럽컵 대회까지 이끈 이재성(마인츠)은 핵심 선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며 ‘잔류’의 가치를 보여주었고, 오현규(헹크)와 황인범(페예노르트), 설영우(즈베즈다)의 경우 이적시장 마지막날 까지 현재 소속 팀보다 더 나은 위치의 팀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결국, 이적은 단지 유니폼을 갈아입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선수가 자신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향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승부수다. 2025년의 여름, 태극 전사들이 던진 각자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다가오는 시즌은 2026년 여름, 북중미 월드컵의 대한민국의 전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이유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