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으로 집은 제육 한 점에 필동면옥의 특제 양념장을 얹은 모습

7년 만의 재회, 필동면옥: 불완전함으로 완벽을 말하다

9월의 초입, 기세등등하던 무더위가 마침내 고개를 숙인 어느 날 오후. 문득 7-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하지만 마음 한편에 뚜렷이 남아있던 그 맛이 떠올랐다.
평양냉면의 수많은 성지 중에서도 유독 선명한 개성을 뽐내는 곳, 필동면옥이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덕분일까, 길게 늘어선 줄을 상상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나는 기다림 없이 식당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7년 만의 재회는 그렇게 예고 없이, 그리고 더없이 완벽한 타이밍에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평양냉면은 담백함을 넘어 밍밍하고, 무언가 빠져 있는 맛이라고. 소위 ‘평냉 논쟁’이라 불릴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하지만 나에게 평양냉면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완벽한 외식 메뉴다.
맑고 투명한 육수를 머금은 메밀면 한 젓가락을 들어 올리고, 그 위에 정갈하게 썰린 수육 한 점을 살포시 얹어 함께 입안으로 가져가는 순간, 비로소 불완전했던 두 조각의 퍼즐이 맞춰지며 하나의 완벽한 맛이 탄생한다.
이것은 미완의 여백을 즐기는 미식가들의 놀이와도 같다.

그리고 필동면옥은 이 ‘미완의 미학’에 아주 영리한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제육/수육 양념장이다. 간장 베이스에 식초의 산미, 그리고 약간의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이 어우러진 이 양념장은 필동면옥 평양냉면의 숨겨진 주인공이다. 담백한 제육 한 점을 이 양념장에 푹 찍어 먹으면,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 고기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그리고 그 고기를 냉면과 함께 먹는 순간, 양념의 강렬한 맛이 슴슴한 육수에 녹아들며 전체 맛의 밸런스를 환상적으로 조율한다. 어쩌면 필동면옥의 평양냉면은, 이 양념장에 찍은 고기와 함께 먹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거대한 한 그릇의 요리일지도 모른다.

필동면옥의 또 다른 매력은 공간 그 자체에 있다.
식당 안을 둘러보면, 유행을 좇는 젊은 미식가들만큼이나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월의 검증을 통과한 ‘진짜 맛집’의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나지막이 오가는 대화 소리, 후루룩 면 넘기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의 분위기는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세대가 ‘맛’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는 곳, 이것이 필동면옥이 지켜온 가장 큰 자산일 것이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필동면옥은 여전했다. 여전히 첫맛은 낯설고, 여전히 무언가 빠진 듯한 여백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완벽했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 넣는 것은 오롯이 먹는 사람의 몫이다. 양념 묻힌 제육 한 점이 될 수도 있고, 시원하게 들이켜는 육수 한 모금이 될 수도 있다. 필동면옥은 우리에게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최고의 재료로 여백이 있는 그림을 내어줄 뿐, 그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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