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축구의 경계를 넘어 LA의 무대로 오르다
손흥민이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의 반응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수렴했다. ‘전성기의 끝’, ‘유럽에서의 도전 종료’, 심지어 ‘안락한 은퇴 수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유럽 중심적인 축구의 시선에서, 그의 선택은 분명 하강 곡선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잠시 축구공이 아닌 달러와 브랜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라는 렌즈로 이 이적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나는 이번 이적이 손흥민의 커리어에 있어 ‘쇠퇴’가 아닌,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진화하는 ‘2막’의 시작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본질은 순수한 경쟁을 넘어, 관객과 소통하고 거대한 산업을 창출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에 있다. NBA의 하프타임 쇼, 슈퍼볼의 광고는 경기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이벤트다. 선수 한 명 한 명은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이자 스토리를 가진 ‘아이콘’으로 소비된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손흥민이라는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가 왜 LA라는 무대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LA, 가장 완벽한 무대
LA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스토리텔링 산업과 세계적인 아티스트, 그리고 거대한 팬덤이 공존하는 글로벌 문화의 수도다. 뉴욕이 금융의 도시라면, LA는 ‘매력’이 곧 자본이 되는 곳이다. 이미 나이키, 티파니앤코, 버버리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앰버서더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손흥민에게, LA는 자신의 영향력을 패션과 문화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확장시킬 최적의 스테이지다. 한국만큼이나 거대한 한인 커뮤니티가 그의 모든 움직임에 열광할 준비가 되어있음은 물론이다.
그는 이제 단순히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가 아니다. LAFC의 유니폼을 입고 도시의 아이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경기장 밖에서 더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유럽의 그 어떤 빅클럽도 제공할 수 없는, 오직 미국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만이 가능한 역할의 확장이다.
새로운 판을 짜는 MLS, 그리고 손흥민
물론, “그래서 MLS의 리그 수준은?”이라는 질문은 유효하다. 하지만 “유럽 선수들의 은퇴 무대”라는 낡은 프레임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리오넬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하며 MLS의 위상은 극적으로 변모했다. 애플과의 중계권 계약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치솟았고, 전 세계의 시선이 북미 대륙으로 향하고 있다. 루이스 수아레즈, 조르디 알바 같은 베테랑들뿐만 아니라, 훌리안 알바레스 같은 젊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MLS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MLS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가장 강력한 ‘키’로 손흥민을 선택한 것이다. 데이비드 베컴이 LA 갤럭시로 이적하며 유럽의 관심을 미국으로 가져왔고, 메시가 리그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MLS 메가스타’**로서 북미 스포츠 시장에 새로운 부와 팬덤을 유입시키는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손흥민은 축구 선수로서의 ‘행복’과 ‘삶의 균형’을 찾아 LA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역설적으로 그를 축구라는 종목의 경계 너머, 시대의 문화 아이콘이라는 더 넓은 무대로 이끌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한 위대한 축구 선수가 어떻게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완성해나가는지를 목격하는 중이다. 이것은 도전의 끝이 아니라, 가장 화려한 무대에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